융릉과 건릉은 누구의 무덤일까? 사도세자와 정조가 나란히 잠든 조선왕릉
경복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 장소 가운데 하나가 근정전이다.
근정문을 지나 넓은 마당에 들어서면 높은 월대 위에 자리 잡은 근정전이 정면으로 보인다. 규모가 크고 화려해서 건물부터 바라보기 쉽다.
하지만 근정전을 제대로 보려면 조금 다르게 움직여볼 필요가 있다.
먼저 건물로 곧장 가지 말고 마당에 서 있는 돌을 살펴보고, 그다음 근정전이 올라선 월대를 바라보자. 가까이에서는 난간의 동물 조각과 계단도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작은 요소들을 하나씩 연결하면 근정전은 단순한 조선시대 목조건축물이 아니라 왕과 신하, 국가 의례와 궁궐의 질서를 공간으로 표현한 장소로 보이기 시작한다.
근정전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경복궁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건물이니 왕이 이곳에서 생활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정전은 왕의 생활공간이 아니다.
근정전은 경복궁의 **정전(正殿)**이다.
왕의 즉위식을 비롯한 중요한 국가 의례가 이루어지고, 왕이 신하들의 하례를 받거나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등 공식적인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었다.
왕의 일상적인 업무와 생활은 다른 전각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경복궁을 이해할 때는 세 공간을 구분해두면 편하다.
근정전 — 국가의 공식 의례
사정전 — 왕의 일상적인 정무
강녕전 — 왕의 생활
이 차이를 알고 근정전을 다시 보면 건물 앞에 왜 그렇게 넓은 공간이 필요한지도 이해하기 쉬워진다.
근정전은 왕 한 사람을 위한 방이 아니라 왕과 신하가 국가의 공식적인 질서에 따라 모이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근정문을 통과하면 대부분 정면에 있는 근정전을 향해 걷는다.
이번에는 조금 천천히 걸어보자.
마당 좌우를 살펴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돌들이 보인다.
품계석이다.
조선시대 관리에게는 정1품부터 종9품까지 품계가 있었다. 근정전 앞에서 국가 의례가 열릴 때 관리들은 아무 곳에나 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품계에 맞는 위치에 자리했다.
품계석에는 정1품, 종1품과 같은 표시가 새겨져 있다.
이 돌의 의미를 알고 나면 넓은 마당도 달리 보인다.
오늘날에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공간이지만 과거에는 왕을 중심으로 신하들이 자신의 지위에 따라 자리했던 공간이었다.
즉, 조선의 관료제와 신분적 질서가 눈에 보이는 공간으로 표현된 것이다.
근정전 사진을 찍은 뒤 바로 이동하지 말고 품계석 하나를 찾아 가까이에서 글자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조선의 관료제도가 실제 궁궐 공간과 연결되는 순간이다.
근정전에 가까이 가면 건물이 지면보다 상당히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정전은 2단으로 구성된 월대 위에 세워져 있다.
멀리서 보면 그냥 높은 돌기단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계단과 난간, 석조 장식이 함께 구성돼 있다.
이 구조 때문에 근정전은 넓은 조정 어디에서 바라보더라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위로 향한다.
한번 근정전 앞에 서서 건물 높이와 자신의 눈높이를 비교해보자.
왕이 중요한 국가 의례를 행하는 정전을 주변 건물과 같은 높이에 놓는 것과 높은 월대 위에 올려놓는 것은 시각적으로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높은 월대는 근정전을 다른 공간과 구분하면서 정전의 위엄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근정전을 볼 때는 건물만 따로 보지 말고 조정 → 월대 → 근정전으로 이어지는 높이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근정전 월대에 가까이 가면 의외의 볼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
난간 주변에 여러 동물 조각이 배치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십이지상이다.
쥐, 소, 호랑이, 토끼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십이지 동물을 돌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동물이 같은 곳에 무작위로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십이지는 본래 시간뿐 아니라 방향을 나타내는 체계와도 연결된다. 근정전 월대에서는 이러한 방위 개념과 관련된 동물 조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월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면 동물 조각 하나만 찾고 끝내지 말고 다른 방향의 난간에도 어떤 동물이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이 재미있다.
이런 세부 장식은 멀리서 근정전 정면 사진만 찍으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근정전 관람에서 ‘가까이 가야 보이는 역사’ 가운데 하나다.
월대의 석조 장식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십이지 동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근정전 주변에는 다양한 상징적 동물 조각이 배치돼 있다.
이런 조각들은 단순히 월대를 화려하게 꾸미기 위한 장식으로만 보기 어렵다.
궁궐 건축에는 공간의 위계와 왕실의 권위,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나타내는 여러 상징이 사용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물 이름을 전부 외우는 것이 아니다.
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전 주변에 이렇게 많은 상징물을 배치했을까?
이 질문을 가지고 월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근정전은 건물 하나만으로 완성된 공간이 아니다.
조정과 품계석, 월대, 난간, 계단과 조각들이 함께 어우러져 정전이라는 공간을 구성한다.
근정전 정면의 중앙 계단도 그냥 지나치기 쉽다.
계단 가운데에는 사람이 밟고 오르내리는 일반적인 계단과 다른 부분이 있다.
이곳에는 구름 사이의 봉황이 표현된 답도가 있다.
봉황은 동아시아에서 태평성대와 왕의 덕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존재로 사용돼 왔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 왕실의 상징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먼저 용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정전 중앙에서 봉황을 발견하면 이런 질문도 해볼 수 있다.
‘왜 이곳에는 용이 아니라 봉황이 있을까?’
궁궐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모든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눈앞의 작은 요소에서 질문을 발견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다.
근정전 중앙 계단의 답도는 그런 관찰을 시작하기 좋은 장소다.
근정전 내부를 바라보면 중앙에 왕의 어좌가 자리한다.
그리고 그 뒤쪽에는 조선 왕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그림 가운데 하나인 일월오봉도가 보인다.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 등을 표현한 그림이다.
일월오봉도는 왕이 있는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됐다.
따라서 근정전 내부를 볼 때는 각각의 장식을 따로 보기보다 공간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찾아보는 것이 좋다.
넓은 근정전 내부에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왕의 자리로 모이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밖의 조정에서는 품계석을 통해 신하들의 위치가 드러나고, 안에서는 왕의 자리가 공간의 중심을 이룬다.
밖과 안을 함께 보면 근정전이 조선의 국가 의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훨씬 쉽게 이해된다.
경복궁이 1395년에 창건됐기 때문에 현재 근정전도 태조 때 만들어진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큰 피해를 입었고 오랫동안 중건되지 못했다.
현재의 근정전은 고종 때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중건된 건물이다.
따라서 지금의 근정전에는 조선 초기 경복궁의 역사뿐 아니라 19세기 경복궁 중건의 역사도 함께 담겨 있다.
이 사실은 경복궁 전체를 볼 때도 중요하다.
‘조선시대 건물’이라는 하나의 표현 안에 500년에 가까운 시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건물은 오래전부터 남아 있고, 어떤 건물은 다시 지어졌으며, 어떤 공간은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뒤 현대에 복원됐다.
근정전을 볼 때도 언제 처음 만들어졌는지와 현재 건물이 언제 세워졌는지를 구분해서 보는 습관을 들이면 궁궐의 역사가 훨씬 입체적으로 보인다.
근정전 월대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관람객 출입이 제한되는 기간이 있다.
특히 관람객이 많은 시기에는 돌난간 등 석조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월대 출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 소개한 십이지상과 답도 등을 직접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방문 당일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출입이 제한돼 있다면 통제선을 넘거나 가까이 접근하려고 하지 말고 허용된 관람 구역에서 살펴보자.
멀리서도 월대의 전체 구조와 근정전이 놓인 높이, 조정과의 관계는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문화유산을 자세히 보는 것만큼 다음 세대도 볼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근정전에 도착하면 바로 건물 앞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근정문을 통과한 직후 잠시 멈춰 전체 공간을 바라본다.
그다음 품계석을 찾아 조선시대 신하들이 어디에 자리했는지 상상해본다.
근정전에 가까워지면서 2단 월대를 살펴보고, 관람이 허용된 범위 안에서 난간의 동물 조각과 중앙 계단의 봉황 답도를 찾아본다.
마지막으로 내부의 왕좌와 일월오봉도를 바라본다.
이렇게 보면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품계석에는 신하들의 위치가 있고, 높은 월대 위에는 국가의 정전이 있으며, 그 내부 중심에는 왕의 자리가 있다.
근정전의 규모가 큰 이유를 단순히 ‘왕이 사용하던 건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건축물과 마당, 돌 하나까지 조선의 국가 의례와 궁궐의 질서를 보여주는 장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복궁을 다시 찾는다면 근정전 앞에서 사진만 찍고 이동하지 말자.
품계석 하나를 읽고, 월대의 높이를 바라보고, 돌난간에 숨어 있는 동물을 하나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근정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경복궁에서 꼭 봐야 할 장소 7곳, 걸으면서 읽는 조선의 역사
경복궁 전체를 처음 둘러본다면 광화문부터 건청궁까지 주요 공간의 역할을 먼저 살펴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 안내자료
국가유산포털, 경복궁 근정전 관련 국가유산 정보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경복궁 근정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경복궁」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 공지사항
※ 관람 가능 구역과 월대 출입 여부는 시기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경복궁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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